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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재] 면세점 할인 전쟁 1: 여우와 다람쥐의 특급 작전
    카테고리 없음 2025. 2.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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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공항 면세점 한구석, 털이 뭉친 여우 '할인'이 다람쥐 '쿠폰이'의 꼬리를 당기고 있었다. "야, 이번엔 진짜 대박 꿀팁 알아냈다! 인간들 옷주머니에 들어가서 신용카드 훔치기 전에…" 쿠폰이가 호두를 까먹으며 대꾸했다. "5년째 그 소리야. 작년에 네가 뽑아온 플래티넘 카드는 도둑카드였잖아. 우리 3개월 동안 공항 경비초소에서 숨었던 거 기억 안 나?"

    여우 할인은 빈민가 출신이었다. 새끼 때부터 면세점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샘플 향수병을 핥다가, 어느 프랑스 관광객이 "이 향기는 오드 톰포드 네롤리 포르토피노인데?"라며 놀라는 걸 보고 천재성을 깨달았다. 지금은 각국 화폐 냄새로 관광객 국적을 구분하는 것이 특기다. "저 일본인 아저씨 지갑에서 1만 엔짜리 냄새나는 걸. 7번 게이트에서 환전하면 0.3% 더 받을 수 있다고!"

    "그건 내 일이잖아!" 쿠폰이가 꼬리로 공중에 복잡한 계산식을 그렸다. "현재 원-엔 환율 9.43, 은행 수수료 1.2%, 면세점 자체 환전 0.8% 할인…" 그의 두뇌는 자연계 최초로 엑셀 시트를 구현한 생체컴퓨터였다. 2019년 홍콩 공항에서 30초 만에 홍콩 달러 대비 위안화 변동성을 계산해 3 봉지 호두값을 벌어 전설이 됐다.

    오늘의 목표는 한국 면세점 한정판 '인셀덤 달팽이 크림 10개 세트'였다. 할인은 발톱으로 유리장을 긁며 작전회의를 시작했다. "첫 번째: 10시 출국 러시아인 단체 관광객 뒤에 붙어 그룹 할인 15% 적용받기. 두 번째: 12시 55분 중국 항공편 체크인 마감 직전에 취소 표 훔쳐서 공동구매 할인받기. 세 번째:…"

    "셋째는 내 거다." 갑자기 나타난 너구리 '리베이트'가 입에서 담배 연기를 뿜었다. "직원 배지 훔쳐서 임직원 30% 할인받는 건 이 멋진 너구리님 전용 스킬이야." 할인이 그를 밀치며 으르렁댔다. "지난번에 네가 임원증 대신 마트 할인카드 가져와서 우리 다 잡힐 뻔했잖아!"

    오후 2시, 면세점 전쟁이 시작됐다. 할인은 러시아 관광객 가방에 들어가 코트 뒷단을 물어뜯었다. "우와, 이 코트 품질 보세요! 당신들이 산 50% 할인된 가죽재킷보다 훨씬…" 직원이 달려오자 재빨리 그룹 할인 스티커를 발에 붙이고 식품관으로 도망쳤다. 쿠폰이는 전자계산기 버튼을 두들기듯 바나나 껍질을 눌러가며 환율을 계산 중이었다. "인도 루피로 결제하면 부가세 환급 시 2.3% 이득… 아니다, 캐나다 달러가 더 낫겠다!"

    그때 면세점 스피커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주의! 제4게이트에서 털색이 갈색인 여우 발견됨. 현상금 20만 원." 할인이 허공에 대고 발끈했다. "인종차별이야! 내 털은 Amber Brown이라고!" 쿠폰이가 재빨리 그를 화장품 테스터 선반 밑으로 끌고 갔다. "봐, 네가 작년에 뿌린 인셀덤 샘플이 이 선반에 아직 남아있어. 이제 네 얼굴에 발라 위장하자."

    두 시간 후, 할인의 얼굴은 달팽이 점액으로 번들거렸다. "이거 진짜 효능 있네? 피부가 쫀쫀해졌어!" 쿠폰이가 코스메틱 매장 계산대를 해킹하고 있었다. "이제 들켰으니 작전 변경. 3번: 할인쿠폰 조합전술." 그의 이빨로 종이 쿠폰 28장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신규회원 10%, 생일쿠폰 15%, SNS 공유 5%… 이론상 최대 97% 할인이지만 시스템이 중복할인을 막아서…"

    "이건 어때?" 리베이트가 훔쳐온 직원 카드를 던졌다. "여기 1+1 행사하는 디올 향수 있잖아! 카드로 30% 할인받고 1+1에 호두 5개를 더 얹으면…" 쿠폰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호두는 왜?" "너 먹으라고 한 거야, 이 바보야!"

    밤 10시, 세 마리는 화장품 매장 배수구에서 전리품을 나누고 있었다. 할인이 앞발로 달팽이 크림을 쓰다듬었다. "이걸로 동물원에 있는 내 사촌 여우들한테 팔면 털빛이 광나겠지?" 쿠폰이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1개당 7만 원에 10개 세트 30% 할인에 임직원 추가 20%… 우리 28만 원 벌었어!" 리베이트가 담배 대신 샴페인 코르크를 씹으며 말했다. "다음 달엔 명품 시계 코너를 털자. 내가 직원 교대시간을…"

    그 순간, 모든 조명이 꺼졌다. 적외선 카메라에 잡힌 그들 머리 위에서 안내방송이 울렸다. "면세점 청소 모드 가동. 모든 설치류 퇴치장치 작동 시작." 할인이 달팽이 크림을 잔뜩 안고 비명을 질렀다. "이건 반칙이야! 동물도 소비자 권리가 있다고!" 쿠폰이는 계산기 두드리는 속도가 3배가 됐다. "좌측 통로 68% 확률로 생츄어리, 우측은…"

    6개월 후, 인천공항 3층 야외정원. 할인은 새로 설치된 '반려동물 전용 면세품 인계소' 앞에서 교묘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고객님, 이 구찌 목줄은 당신의 강아지에게 40% 할인 적용해 드릴게요~" 뒤에서 쿠폰이가 속삭였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 수수료 15% 추가하는 게 이득이야." 리베이트는 직원 명찰을 걸고 입장권을 검사하며 중얼거렸다. "이제 우린 합법적이야…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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